15일 SK하이닉스는 5.0% 상승한 9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5%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840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삼성전자도 ‘6만전자’를 탈환했다. 4.34% 상승한 6만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2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날 반도체주가 날아오른 건 전날 TSMC가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깜짝 상향’한 덕분이다. 시장을 놀라게 한 TSMC의 3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은 글로벌 반도체주에 훈풍을 안겼다.
TSMC는 2분기 매출(181억6000만달러)과 영업이익(89억1000만달러)이 각각 전년 대비 36.6%, 71.3%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3분기 매출 전망치는 198억~206억달러, 매출총이익률(GPM) 전망치는 58.5%를 제시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매출 186억달러, GPM 56%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실질적인 경쟁사가 없는 5나노미터(㎚) 이하 선단 공정 제품에 애플, AMD, 엔비디아 등의 주문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증설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생산량은 수요 대비 빠듯해 가격 경쟁력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국내 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GDP 증가율은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지난달 소매판매(3.1%)는 예상치(-0.5%)를 대폭 웃도는 등 실물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이 과도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투자 심리에 우호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공급 축소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반도체주 반등에는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축소설’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5%가량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사이클산업인 반도체 제품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 하락세를 방어할 수 있어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국면에선 제품 공급을 줄이는 것이 업황 개선의 단초가 돼 왔다”며 “2분기 실적 발표일에 언급될 수 있는 설비 투자 축소 여부는 단기 랠리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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