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물가 충격과 중국의 2분기 0%대 성장 쇼크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불과 이틀 전 역사상 처음으로 단행된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성장세가 흔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3% 뛰었다. 사상 최고치인 3월(11.6%)에 육박할 정도였다. 전날에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올라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재차 확인된 이유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1%포인트 인상설은 수그러들었지만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굳어지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말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현재 연 1.75%인 미국의 금리는 상단 기준 연 2.5%가 돼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해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 이미 외국인의 국내 채권자금은 지난달 18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는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28년 만에 발생한 여파 등으로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6년 이후 최대 적자(상반기 기준)였다. 한은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전체 상품 수출 증가율은 약 0.3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하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원화 가치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따라 유로화가 약세인 것도 원·달러 환율 오름세를 자극하고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원화는 통상 유로화에 연동돼 과거에도 유로화가 약할 때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며 “원·달러 환율이 유럽 쪽의 리스크로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연내 135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둔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370원까지는 오를 것이란 게 기본 가정”이라며 “유로존 재정 위기나 국내외 글로벌 부동산 경기 충격과 같은 추가적인 경제 위기를 가정하면 14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미 간 외환시장 안정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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