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逆통화전쟁

입력 2022-07-18 17:15   수정 2022-07-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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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네 차례에 걸친 글로벌 통화전쟁의 공통점은 ‘화폐가치 평가절하(환율 상승)’ 경쟁이라는 것이다. 대공황 직후 금본위제가 사실상 폐기되자 미국 등 각국은 외환시장에 개입,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1971년 금태환 중지 선언(닉슨 쇼크) 이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도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게 주요 이슈였다.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이어온 이 같은 통화전쟁의 양상이 바뀐 것은 올해 초부터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인플레로 인한 물가 고공행진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스스로 평가절상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역(逆)통화전쟁(reverse currency war)’이다.

방아쇠는 미국이 당겼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놀라 올 들어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다. 5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지난달엔 한꺼번에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이달엔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30년을 통틀어 가장 공격적인 인상 기조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물가 폭등에 강달러로 수입물가까지 오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62번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다. 7월에만 17번이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발작적’ 릴레이 금리 인상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그제 “고물가는 내년에야 식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경기 위축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상 대열에 끼지 않고 있는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제5차 통화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안정은 서민 물가와 기업 활동, 정부의 안정적 정책 운용에 필수다. 한국도 지난해 8월부터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천장 없는 상승세다. 마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오늘 방한한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실질적 환율안정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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