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째 발 동동"…택시 호출해도 왜 안 잡히나 했더니

입력 2022-07-19 08:17   수정 2022-07-19 08:59


"비는 쏟아지고 있는데 택시는 안 잡히고…출근해야 되는데 속이 터졌어요."

직장인 김모 씨(34)는 장대비가 쏟아진 지난 13일 오전 택시를 못 잡아 혼났다. 서울 혜화동에서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강남역 인근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데 도통 택시가 안 잡혔다. 그는 "대학병원 앞이라 택시가 잘 잡힐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을 콜해도 잡히지 않았다"며 "결국 회사에 늦는다고 양해를 구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택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해도 예전처럼 잘 잡히지 않는 것 같다. 특히 회식이 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대는 그야말로 전쟁 같다"고 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유례없는 '택시 대란'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택시 대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승객 수요는 급증했지만, 택시 '공급'이 부족해 출근길부터 심야시간까지 택시를 잡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택시 이용을 하려면 무리하게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해 사실상 '웃돈'을 주고 타기도 한다. 심지어 비교적 한가한 낮에도 많은 호출비를 지불하고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부 이모 씨(36)도 최근 택시 호출 실패로 불편을 겪었다. 이 씨는 "다리를 다쳤는데 아이가 아파 동네 소아과에 가야 했다. 택시가 안 잡혀 한참 고생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반 호출보다 3000원 비싼 블루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작 800m 기본요금(3800원) 거리를 가는데 블루는 두 배(7200원), 블랙은 4배(1만6600원) 요금이 나오더라. 탈 때마다 1만원 이상 쓸 각오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택시난이 심각해진 것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심각한 공급 절벽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 수는 23만9195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9년 5월(26만8599명) 대비 2만9404명 줄어든 수치다. 택시기사 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 등 조치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확 줄기 시작했다.

2019년 전국 택시 기사는 연간 26만9702명에서 26만7189명으로 2513명 감소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20년 연말에는 24만9958명으로 같은 기간 무려 7배 가까이(1만7231명)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던 지난해에도 1만명 가까운 기사들이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승객들이 줄자 택시 기사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과 택배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택시 호출량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모임과 회식이 잦아진 영향이다. 국내 1위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 택시 호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12%가 폭증했다.

수요가 급증한 만큼 불편 민원도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불편 민원신고 가운데 '부당요금 징수' 관련 민원이 291건(34.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택시 요금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인건비 오르는데 택시비 2년째 '동결'"
기사들이 택시 운전대를 놓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생계난에 허덕이던 택시 기사들이 대거 배달·택배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서울에서 10년째 개인 택시를 운영하는 조모 씨는 "코로나 때문에 손님도 없고 기름값까지 올라 돈이 안 된다"며 "출퇴근 시간대나 심야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몸도 안 좋아지고 해서 조만간 그만둘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택시 기사들의 이탈률이 높아지면서 서울 택시기사 중 절반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업계는 신규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열악한 처우를 꼽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중형 택시의 기본요금(2㎞까지)은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이다. 인건비, 물가 등 인상 요인이 다분한데 2년째 그대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노동강도에 비해 택시요금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현행 택시요금 사후 원가보장 체계로는 기사 임금이 억제돼 있어 구조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택시요금은 사후 원가보상제도 기반으로 시·도지사가 결정하는 요금체계다. 인건비와 유류비 인상 등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한 뒤에 보상해주는 방식으로는 손실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 해결을 위해 '플랫폼택시 탄력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의 시간대를 심야시간대로 지정, 플랫폼 택시 요금을 탄력적으로 책정해 늦은 시간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택시 플랫폼 업계는 요금을 비싸게 받는다는 시선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중형·대형·모범택시 등 차량별 요금 체계가 다른 데다 브랜드 사용 및 홍보, 자동차 유지 보수 등 운영에 관한 인프라가 제공되는 만큼 관련 비용이 이용 요금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T 관계자는 "카카오 T 블루 등 가맹회원의 경우 단순 콜을 중개만 하는 수준을 넘어 효율적 관제시스템과 재무회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사교육 등 기사·차량·운행 전반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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