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긴축 경영에 나서는 것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투자와 고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도 몸집 줄이기를 예고할 정도다. 이 같은 감원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로 선방하고 있는 미국 노동시장마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애플은 향후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일부 사업 부문의 예산을 기존에 정한 규모보다 적게 책정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매출 총이익과 영업비용에서 인플레이션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애플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10억달러 많은 118억6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EPS도 7.63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긴축을 택했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한 데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향후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골드만삭스는 지출 및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채용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깊이 자리 잡았다”며 “인플레이션이 언제 끝날지 확답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간도 인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제러미 바넘 JP모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탄력적으로 인원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꾸준히 인력을 늘려온 구글도 채용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남은 기간 채용 일정을 늦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엔지니어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30% 이상 줄이겠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올해 소매 부문 채용 목표를 줄이고 뉴욕 사무실 확장 계획을 철회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6월 450명의 직원을 내보냈으며, 트위터는 채용 부서 인력의 30%를 정리했다.
전기차 업체들도 감원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느낌이 몹시 나쁘다”며 전체 직원 중 10%를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리비안은 전체 직원 1만4000여 명 중 5%를 줄이기로 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확산하면 미국 노동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조기 은퇴 등으로 일자리가 남아돌아 미국의 실업률은 3%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도 노동시장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대규모 감원이 계속되면 미국 내 실업자가 늘어 실업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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