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면 감옥을 보내는 나라가 있다. 최근 이란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란 경찰은 시민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으로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것이 범죄라고 발표했다. 이란과 서방과의 갈등이 서구화의 상징인 반려동물과 그 주인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동물에 대한 공공의 권리 보호법안’을 곧 승인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반려동물 소유가 전면 금지된다. 동물을 소유하려면 특별 위원회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양이 거북이 토끼와 같은 일반적인 반려동물을 포함해 동물을 수입 구매 판매 운송 보관이 적발되면 최소 800달러(약 10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란의 수의사협회장 파얌 모헤비 박사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의원들이 10년 전 모든 개를 몰수해 동물원에 가두거나 사막에 방치하는 법안을 추진했을 때부터 이 모든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수차례 의원들은 법안을 수정하며 견주에 대한 처벌까지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과거부터 이란의 외곽 지역에서 개를 기르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20세기들어 반려동물은 여유로운 도시 생활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란은 1948년 중동에서 처음으로 동물복지법을 통과시키며 정부가 동물권 강화를 위해 보호시설에 자금을 지원했다. 심지어 왕족들도 개를 키웠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사람도 개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전통 이슬람에서는 반려동물을 ‘불순물’로 여겼다. 이슬람주의자 눈에는 반려동물이 서구화의 상징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도 법안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란 당국은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 사료 수입을 3년 이상 금지했다. 사료는 대체로 해외서 수입하기 때문에 이는 곧 사료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한 반려견 주인은 “밀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가격이 몇달 전보다 5배 뛰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란에서 생산된 사료는 싸구려 고기 생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해 품질이 너무 낮다고 전했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품종인 페르시안 고양이의 원산지이지만 이 동물금지법은 개 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포함한다. 한 수의사는 “페르시안 고양이는 고향에서조차 안전하지 않다”며 “법은 어떤 논리도 없고, 오직 강경파들의 철권 통치를 보여주는 수단일 뿐”이라고 탄식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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