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을 가질 수 있는 소형 상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속속 오네요."(서울 창신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아무래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하니 거래 심리가 조금 살아나지 않을까요."(서울 문래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민간을 앞세워 도심복합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관련 지역이 들썩이는 조짐이다. 서울 역세권 중 노후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 등이 핵심 대상지로 점쳐지면서 영등포역·문래역·동대문역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엔 시세나 투자 전망을 묻는 문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당분간은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라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역세권 중 개발 수준이 낮은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영등포역 주변이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니 빌라나 소형 상가 시세들을 묻는 투자 희망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연내 도심복합개발특례법 제정까지 추진하는 등 의지를 보이면서 과거에 비해 신속한 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주택 사업에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을 새로 도입한다고 했다. 개발 기간을 늘리고 시공사업단과 각종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 설립 대신 부동산 신탁사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업체)를 참여시켜 신속하게 역세권에 주거·문화·상업 시설이 같이 있는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용주차장 등 생활 사회간접시설(SOC) 기부채납 등을 통해 적정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창신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창신동 일대는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는 등 제대로 개발도 해보지 못한 채 노후화가 가속됐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서울 도심이지만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새 정부가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가 살아나려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현장 일각에선 얼어붙었던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주 연속 하락세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로 매물은 쌓여가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 등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영등포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올 5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80건대 중반을 나타냈는데, 지난달엔 48건으로 급감했다. 이달 들어선 매매 계약이 체결된 거래가 단 7건에 그치고 있다. 종로구의 경우 이달 들어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입지에 민간 개발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면 공급·수요를 동시에 살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 분양 때보다 투자 위험도가 높은 만큼 개발 사업을 염두에 두고 매입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현장 답사를 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어 생애주기에 걸친 자금 운용 계획을 미리 세우고 매입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주도의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일반적인 정비사업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현금청산을 당하지 않으려면 매입 전에 권리산정 기준일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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