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으로 나가는 금액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향후 약품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지난해 21조2097억원을 기록,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약품비는 2015년 14조986억원에서 2016년 15조4287억원, 2017년 16조298억원, 2018년 17조8669억원, 2019년 19조3388억원, 2020년 19조9116억원 등으로 지속 상승했다. 최근 7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6.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약품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또 고가 신약이 건보 적용을 받는 점도 약품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 고령화 속도가 1위인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 20.3%로, 2065년에는 43.9%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은 다른 인구 집단보다 복합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의약품을 동시에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단 얘기다. 심평원이 노인 환자의 2010∼2019년 연도별 의료 이용과 다약제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개 이상의 동일 성분 의약품을 90일 이상 사용한 노인 환자는 2010년 165만명에서 2019년 275만명으로 증가했다.
초고가 신약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거나 받으려고 대기 중인 점도 약품비를 밀어 올리는 용인이다. 1회 투약 비용이 약 5억원에 달하는 세포치료제 '킴리아'가 올해 4월 급여 적용을 받았고, 한번 주사 맞는데 약 28억원(영국 비급여 기준)이 드는 척수성근위축증(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가 늦어도 내달 중에 건보 등재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품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돼 있어서다. 건보 재정이 악화하면 건보료 인상 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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