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하락이 기사화했고, 파운드리는 주문취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전망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일 보고서에서 "수급 균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낸드 플래시의 가격 하락 폭이 3분기에 8∼13%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런 하락세는 4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 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 수요 부진에 더해 낸드 플래시 공정의 고도화로 인한 공급 과잉이 심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 기술이 좋아지면서 반도체 수율(전제 제품 중 합격품의 비율)이 올라갔고 그로 인해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같은 공정으로 생산해도 과거보다 생산량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계속 줄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기업용 SSD 등 고부가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금리 인상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가면서 기업 주문량은 2분기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도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한 것도 이런 시장의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주문 취소도 이어져
반도체 경기 악화 흐름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가전, IT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수요가 줄면서 주요 파운드리 업체에선 전력관리반도체(PMIC)·이미지센서(CIS)·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시스템온칩(SoC) 등 고객사의 주문이 취소 늘고 있다.
이미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 주요 고객사들도 주문량을 기존 계획보다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디지타임즈 등에 따르면 애플도 TSMC 계약 물량보다 10%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업체가 계획했던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문 취소 위기에 몰린 만큼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체와 모바일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수요층의 소비절벽에 부딪히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며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반도체 주문도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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