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는 출간 이후 처음으로 초판 문장들에 손을 댔다. 30대 중반에 쓴 젊은 날의 기억을 50대에 되짚어본 셈이다. 그러면서 개정판에 3개의 산문을 더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꿀을 머금은 것처럼 지지 않는 벚꽃들을 바라본다’에는 몇 년 전 작가의 아버지가 단풍길을 걷다가 ‘나뭇잎은 저렇게 졌다가도 봄이면 다시 돋는데 한 번 떠난 사람은 왜 다시 오지 않는가’라는 내용의 일본 시를 읊조리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스스로 읊은 시처럼 아버지는 한 번 떠나 영영 다시 오시지 않는다”며 “그제야 나는 내가 사는 이 땅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 떠나고 다시 오지 않는 어떤 이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되리라는 걸 깨닫는다”고 썼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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