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을 내세운 건 ‘민간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기업 투자를 통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감세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5%에서 22%로 낮추겠다고 공언할 만큼 감세 정책에 적극적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해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게 해 역동적인 혁신성장을 이루는 게 이번 세제 개편의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은 3000억원 초과 구간이 없어지지만, 10% 세율 적용 구간은 유지된다. 이 세율에 적용되는 구간은 기존 2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추 부총리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최고 세율 인하는 대기업, 10% 세율 구간 확대는 중소·중견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재부는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2%)보다 높고, 4단계 과표 체계도 지나치게 복잡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OECD 국가 중 24개국은 단일세율 체계를, 11개국은 2단계 체계를 쓰고 있다. 3단계 이상 체계를 운용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3개국뿐이다. 이 때문에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 정부에 법인세 과세체계 개선을 권고했다.
외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와 외국인 투자 감소 등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법인세 감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개인별로 보면)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근로자, 협력업체 임직원 등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제공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과표 5억원인 중소기업의 법인세는 8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37.5% 줄어든다. 과표 4000억원의 대기업이 내야 하는 법인세는 905억8000만원에서 876억원으로 3.3% 감소한다.
국내 자회사의 배당금 관련 과세 제도도 합리화했다. 자회사가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뒤 배당해 발생한 모회사 소득을 해당 법인 이익에 포함시키지 않는 익금불산입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 상장 여부와 지주사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던 익금불산입률을 통합했다.
유턴기업의 세제지원 요건도 완화한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때 소득세나 법인세를 감면받으려면 해외사업장을 양도·폐쇄·축소 후 2년 내 국내 사업장을 신설 또는 증설했어야 했는데, 이 기한을 3년으로 늘렸다. 이 밖에 벤처기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이익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연간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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