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원자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원자의 어원도 그리스어로 ‘나눌 수 없는’이라는 뜻의 아토모스(atomos)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고 다시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므로 둘 사이에는 인력이 작용해 핵 주위에 전자가 운동하고 있는 것은 지구가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전하를 띤 양성자끼리 어떻게 핵에 단단하게 뭉쳐 있을 수 있을까. 흔히 원자의 구조를 이야기할 때 원자를 야구장 크기로 비유하면 핵은 야구공 크기 정도라고 표현한다. 수치로 표현하면 10만 분의 1 정도다. 그리고 이 핵에 원자 대부분의 질량이 모여 있다. 그렇다면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중력이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인 전기력보다 더 커서 그런 것일까. 계산해보면 두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전기력의 크기보다 대략 1/10<윗첨자>36배다.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핵이 만들어졌을까. 여기서 또 다른 힘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 그 정체는 바로 강력(강한 상호작용)이다. 자연에는 네 종류의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크기순으로 나열하면 강력, 전자기력, 약력, 중력이다. 강력은 이 네 가지 힘 중 가장 강하면서도 작용 범위가 가장 좁다. 작용 범위가 얼마나 좁냐 하면 핵 크기 정도까지다. 강력에 의해 핵 크기가 정해졌다고 보는 게 선후가 맞겠다. 핵자들 사이의 거리가 1㎜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강력은 가장 약한 힘인 중력보다 약해진다. 가장 센 힘이 그 작용 범위가 가장 좁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와 같이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는 경입자(lepton)와 강입자(hardron)로 분류할 수 있다. 약력, 전자기력, 중력은 모든 입자에 상호작용하는 데 비해 강력은 강입자에만 작용해 경입자와 강입자의 분류 기준이 된다. 여기서 강입자는 입자 표준모형에서 무거운 입자인 쿼크 두 개 또는 세 개로 이뤄진 입자를 말한다. 중입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양성자(uud)와 중성자(udd)가 있다. 경입자의 대표적인 예는 예상했듯이 전자다. 그리고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에서 주목하는 중성미자도 경입자의 한 종류다. 중성미자는 약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약력은 렙톤이나 쿼크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입자들을 깨는 힘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베타붕괴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과정인데, 이때 약력이 관여하며 중성미자가 생겨난다.
베타붕괴뿐만 아니라 렙톤이나 쿼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의 중성미자가 태양과 다른 별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으로 만들어지고 전 우주를 자유롭게 다닌다.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져 오는 입자들(대부분 양성자), 즉 우주선이 지구 대기 입자들과 부딪혀 붕괴하면서도 많은 양이 나온다. 그런데 이 중성미자는 이름처럼 중성이라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며, 미립자여서 질량이 작아 중력도 매우 작다. 경입자라 강력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성미자는 많은 양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을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검출이 어려워 유령입자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심지어 자신의 정체를 바꾸기까지 하니 수수께끼의 입자라고 불릴 만하다.
이렇게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에서 힘의 크기와 세계의 구성에 대한 관계성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강력은 핵과 같이 극소의 작은 결합 상태를 만들고, 약력은 원자와 분자 수준의 작은 결합 상태를 만든다. 태양계와 같이 큰 결합 상태는 중력이 만든다. ’ 이런 부분이 어쩌면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꾸준한 습관이 우리 삶의 큰 줄기를 변화시키고 만들어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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