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개점휴업’ 53일 만에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했다. 여야는 민생과 무관한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그동안 지루한 협상을 이어왔다. 유류세 인하 등 경제·민생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검토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민생을 방치하고 세비만 받아 간다’는 비판이 커지자 여야는 특정 상임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맡는 초유의 ‘위원장 나눠 먹기’로 일단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운영·법제사법·국방·외교통일·정보·행정안전·기획재정위원회 등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는다. 민주당 몫은 정무·교육·과방·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교통·여성가족·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곳이다.
여야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입법을 위한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의 새 명칭)’ 구성에도 합의했다. 위원 정수를 여야 6명 동수로 꾸리되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여야는 정치개혁·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협상 막바지에는 과방위와 행안위가 쟁점이 됐다.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고, 행안위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과 관련이 깊어 여야가 위원장 자리에 사활을 걸었다.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며 ‘네 탓 공방’까지 벌인 탓에 당초 협상 시한으로 정한 제헌절(17일)까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여야가 뒤늦게 합의에 나섰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야가 정쟁에 빠진 동안 국회는 50일 넘게 공백 상태였다. 유류세 인하 확대 등의 경제·민생 법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시급한 민생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뒤늦게 원 구성이 끝났지만 민생 안정을 위한 협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서 여야 간 갈등이 첨예하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개혁법안인 법인세 인하 정책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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