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어수선한 시기에 오히려 실적과 주가가 크게 뛰는 기업이 있다. 바로 컨설팅업체들이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가 20% 넘게 급락할 때 이들 컨설팅업체 주가는 ‘조용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반기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기업 주가도 당분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원자재·인건비 상승과 매출 감소를 함께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컨설팅업계가 호황을 맞은 덕분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예상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기업들이 해고한 직원은 총 3만251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했다. 16개월 만에 최고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2일 직원 1800명을 해고했다. 트위터도 7일 인사 업무 직원 30%를 내보냈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 샌 마테오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직원 200명을 집으로 보냈다. 메타, 리비안 등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구조조정에 특화된 미 컨설팅회사인 FTI컨설팅의 실적도 기업 구조조정 사업부문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업 구조조정 부문의 매출 증가액은 전체 매출 증가액의 72.6%를 차지했다.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9억7000만달러로 전년(27억8000만달러) 대비 약 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 컨센서스는 올해 대비 9.7% 증가한 32억6000만달러다.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기업들은 최근 원가 상승과 매출 부진 등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당분간 구조조정 컨설팅 업황이 호조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FTI컨설팅 주가 흐름도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런컨설팅이 강점을 갖고 있는 의료·교육 분야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고등 교육기관의 75%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도입 등 업무 방식을 디지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인건비 탓에 각종 업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원 규모를 감축하고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컨설팅 회사들은 꾸준히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휴런컨설팅이 1분기에 채용한 컨설턴트 수는 4023명으로 전년 동기 채용 수 대비 29% 증가했다. FTI컨설팅의 1분기 채용 건수는 55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서 연구원은 “경기 둔화에 따른 구조조정,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화 등으로 인해 컨설팅 업황은 당분간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