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단체행동에 나서며 혼란을 부추기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사태다. 전국 경찰서장들은 “앞으로 2·3차 회의도 열겠다”며 물러설 조짐이 없지만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독일과 프랑스 경찰도 내무부 통제를 받는 등 경찰이 독립된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은 경찰국 신설을 ‘정치 경찰로 가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규정했지만 어불성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파견 경찰(치안비서관)을 통해 은밀하게 권력과 밀착해온 게 경찰 역사여서다.
경찰은 청와대와의 직거래로 경찰권을 오염시켜 왔고, 그렇게 권력의 눈에 든 치안비서관이 경찰청장에 발탁되는 일이 허다했다. 경찰국 신설은 민정수석이라는 비공식적 루트에 의존해 온 비상식적인 경찰 행정을 정상화하는 일로 결코 역사의 퇴행이 될 수 없다. ‘검수완박’ 입법이 완료돼 조만간 수사권을 독점하는 경찰에 대한 일정한 통제는 불가피하다. 총경들은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심각한 방향착오다. 선거로 선택받은 대통령이 구성한 행정부의 소속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이야말로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이기 때문이다.
다수 국민이 경찰을 부패·무능·관료주의 집단으로 인식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화살총을 쏘며 파출소를 습격한 범죄자를 피하기 급급한 경찰에 냉소가 쏟아졌다. 문제가 생기면 끼리끼리 봐주기식 감찰로 덮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야당은 경찰국 신설은 ‘권력기관 장악 시도’라며 경찰 반란을 부추기고 나섰다. 드루킹 사건, 대장동 사건 등을 경찰과 손발 맞추며 나라를 혼란으로 밀어넣었던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제 맹목적 반대를 벗어나 새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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