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지난해 차상위계층·대가족·장애인·국가유공자·사회복지시설·기초생활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총 5987억원의 전기요금을 깎아줬다.
예컨대 올여름의 경우 기초생활대상자는 월 271㎾h까지 사용해도 전기료를 내지 않고, 가구당 월 2만9600원의 전기요금을 지원받는다. 그동안 이런 지원금을 한전이 부담해왔는데 앞으로는 이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전력기금에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한전이 이 같은 방안을 산업부에 요청했고, 산업부도 이를 검토 중이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기본요금+전력량요금)의 3.7%를 따로 떼 적립하는 기금으로 ‘준조세’ 성격을 지닌다. 정부는 전력기금을 원자력·태양광·풍력 등 전력산업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한전공대’ 운용 비용도 전력기금에서 충당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 개정 없이 전력기금을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49조는 전력기금을 전력수요 관리사업에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취약계층 전기료 할인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전력기금 사용을 위해선 기재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전은 또 최근 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한전은 재정난에 따라 올해 매달 2조~3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내년엔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할 전망이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등을 합한 총액의 두 배까지다. 올해 사채 발행한도는 91조8000억원이다.
문제는 올해 20조~30조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사채 발행 한도는 40조원대로 축소될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 잔액은 53조2000억원에 달한다.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엔 사채 발행을 못 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사채발행 한도 증액이 불가피한 만큼 한도 증액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