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배달용 차량을 팔고 직원을 줄인 식자재 납품업자 A씨.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식당 수요가 되살아나며 신규 직원 채용 등에 필요한 돈을 빌리려 했지만 시중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거절당했다. 친환경 건축자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제품 특허를 자체 개발하는 등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실적이 고꾸라지고 재무 상태가 열악해져 사업자금을 적기에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4일 41조2000억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두 사람처럼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영세 사업자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이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 긴급조치에 집중됐다면 앞으론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 공급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대출금리 인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소상공인 전용인 해내리대출이 3조원 추가로 공급(4조원→7조원)된다. 우대금리 상한도 기존 1%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늘어난다. 고정금리 대출에 1%포인트의 금리우대를 적용해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고정금리 특별지원도 1조원 규모로 추진한다.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으로는 신보의 성장단계별 보증 공급, 기업은행의 IBK성공창업 대출·IBK시설투자 대출 등이 있다. 신보는 창업과 사업 확장 등 11조3000억원 규모의 운전·시설자금 등에 대한 보증을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창업과 설비투자 등 18조원 상당의 자금을 공급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원자재 구매자금 지원(3000억원), 금융이력이 부족한 플랫폼 입점 사업자를 위한 보증 공급(1000억원) 등도 포함됐다. 소상공인 재기 지원에도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967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692조7000억원) 대비 40% 늘었다. 같은 기간 다중채무를 지고 있는 개인사업자가 8만 명(보유 대출액 88조7000억원)에서 30만 명(187조800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41조원대 이번 대책을 포함해 채무조정과 저금리 대환 등 총 80조원 상당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패키지를 마련한 이유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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