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불씨' 노동시장 이중구조…직무급제 도입하고 '노조 이기주의' 버려야

입력 2022-07-24 17:47   수정 2022-07-25 00:51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종료됐지만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시장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업 과정에서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의 지속 가능성도 의문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3400여 명에서 올해 4월 기준 9만310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원청 종사자는 7만2400여 명에서 4만900여 명으로, 하청 종사자는 13만900여 명에서 5만2200여 명으로 줄었다. 원청 종사자보다 하청 종사자가 많은 구조인 데다, 이 기간 줄어든 근로자 11만여 명 중 70%가량인 7만8700여 명이 하청 종사자였다.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이 하청 근로자에게 집중된 것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하청 근로자의 타격이 컸다. 대우조선 임직원의 연봉 평균은 2015년 7500만원에서 지난해 6700만원으로 줄었는데, 하청 업체는 5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이번 파업 때 하청노조의 주장이었다. 원·하청 간 이중구조가 지속되는 한 이번 파업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지난 22일 “원청과 하청업체 간 문제 등 조선업의 구조적 과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동개혁 시간표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업무가 같으면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로 개편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59.1%, 1000인 이상 기업의 69%가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동시에 영세기업의 60%는 임금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크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임금 수준은 대기업 비정규직이 64.5%, 중소기업 정규직은 57%,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2.7%에 불과하다.

이는 노조 조직률과도 무관치 않다. 2020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4.2%다. 민간기업 조직률은 11.3%인 반면 공공과 공무원은 각각 69.3%와 88.5%에 달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49.2%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들은 강성 노조의 우산 아래 임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 반면 정작 보호가 필요한 영세기업에는 노조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무급제 도입과 함께 대기업·공공부문 노조의 이기주의를 깨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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