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선 이후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정치는 특별한 공학이나 전략이 아니다. 국민 상식에 맞추면 된다”며 “그럼에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책임 있는 사람들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큰 문제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식이 무너진 장면으로 서울시장 공천과 선거 막판 김포공항 공약 파동 등을 지목했다.
김 의원은 정권 교체를 불러온 민주당의 실책 역시 상식적 판단을 놓친 데 있다고 봤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정권 초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정책의 핵심 결정권자들에게 의견도 제기했지만 더 진전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조금 무리다 싶으면 집요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당이 그렇지 못했던 점을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특정 계파나 운동권 그룹에 속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5·16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2002년 서울시장 낙선 후 오랫동안 야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내 정치권에 있었던 기존의 86그룹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다른 후보들은 특정한 그룹을 뒤에 뒀지만 나는 그런 게 없다”며 “당내 계파 갈등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것이 차기 당대표의 중요한 과제인데, 나는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고 했다.
강병원 박용진 의원 등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들을 중심으로 나오는 ‘예비경선(컷오프) 전 단일화’ 주장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김 의원은 “단일화라는 프레임 자체가 97그룹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그분들부터 (단일화를) 정리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설지연/오형주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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