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 방카슈랑스, 판매이익 20% 줄었다

입력 2022-07-24 17:41   수정 2022-07-24 17:42

은행 영업점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 시장이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방카슈랑스 사업을 키우려고 하지만 지점 창구에서 팔 수 있는 보험 종류와 판매 비중, 인력 제한 등으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떨어지는 상품 경쟁력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62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762억원)보다 약 18.3% 감소했다. 지난해 수수료 이익은 2456억원으로 전년(2646억원)에 비해 약 7.1% 줄었다. 여기서 수수료는 은행이 방카슈랑스를 판매한 대가로 보험사로부터 받는 요금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수수료 이익 감소 원인으로 핵심 상품인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 판매 부진을 꼽는다. 저축성보험은 목돈 마련이나 노후생활 자금을 대비하는 상품이다. 만기 때 납입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과 펀드를 결합한 상품이다. 질병과 사망에 대비하고 노후를 보장하면서 국내외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두 보험 상품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이유는 급변한 투자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에는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최근엔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올리면서 보험보다 예금과 적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변액보험을 찾는 고객도 쪼그라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가입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은행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보험 환급률을 높이는 추세여서 수수료 이익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옥죄는 3대 규제
다음달 방카슈랑스 국내 도입 20년을 앞두고 은행권에선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방카슈랑스를 옥죄는 3대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도록 한 ‘25% 룰’이 꼽힌다. 계열사 간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마련한 규정으로 도입 초기에는 비중 한도를 49%로 뒀지만 2005년부터 이를 강화해 25%로 낮췄다. ‘25% 룰’을 맞추기 위해 연초에 경쟁력 있는 보험상품을 집중적으로 팔고 하반기 이후에는 판매를 제한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력에 대한 규제도 있다. 점포별로 보험 판매를 맡는 직원 수는 최대 2명까지만 가능하고 판매 장소 역시 오프라인 점포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한정돼 있다. 아울러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취급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연금보험 저축성보험 건강보험 등으로 한정돼 있다.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등 주요 상품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팔 수 없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한국의 방카슈랑스 3대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방카슈랑스를 시행 중인 국가 가운데 판매와 관련해 이런 제한을 둔 국가는 없다”고 했다.

▶방카슈랑스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 은행이 보험회사 대리점 자격을 얻어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2002년 8월 도입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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