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7일 15: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산업은 유례없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Z세대부터 베이비부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울러 디지털 채널 사용이 빠르게 급증했는데, 이러한 추세는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딜로이트 컨설팅 금융산업본부가 진행한 디지털 뱅킹 서베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송금/이체 거래 업무와 같은 간편 은행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디지털 채널 사용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년층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처음으로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게 된 신규 고객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에 대출 신청, 신규 계좌 개설, 금융 관련 상담을 위한 채널 선호도에서는 대면접촉이 필요한 은행 지점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견인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고객들은 향상된 편의성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맞춤 금융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일상적인 거래는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는 반면, 복잡한 거래의 경우 대부분 유연성이 부각되는 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렇게 물리적 채널과 디지털 채널을 모두 활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고객들의 '멀티채널 저니(Multi-channel Journey)'를 파악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물리적-디지털 채널 간 데이터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 또는 웹에서 챗봇과 상담 이후 지점 방문 시 다시 한번 본인 확인 등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직면한다. 채널 간 고객 활동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 속에서 반복되는 기대 이하의 고객 경험은 곧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복잡한 상품 판매, 금융 관련 상담 등 중요한 재무적 결정을 위해 은행 지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은행의 지점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고객과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휴먼터치(Human Touch)'를 강조한 형태로 지점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디지털 경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휴머나이징(Humanizing)'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디지털 채널에서의 '휴먼터치'는 일률적으로 모든 고객에 친절하게만 대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개개인에 맞춘 맞춤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은행 지점에서 고객과 상담하는 것처럼 디지털 채널에서도 고객 개인의 재무 상황을 파악하고 공감하며, 이에 맞춰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핀테크 업체 '미또(Mitto)'는 Z세대와 그 부모를 겨냥한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앱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듯 자녀에게 예산을 부여하고, 자녀가 주어진 용돈 안에서 스스로 소비하고 자산을 관리하도록 했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 '아바카(ABAKA)'는 영국의 은퇴자 절반이 재무적 조언 없이 퇴직 연금을 관리하는 것을 알고, 친근한 대화형 챗봇을 앞세워 은퇴한 고객의 재무 설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개인화된 경험은 결과적으로 고객이 디지털 서비스에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할 수 있다. 향후 고객의 각종 데이터 연결을 위한 클라우드 기술 및 설명 가능한 AI 즉, '설명가능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이 고도화됨에 따라 채널 속의 고객 경험은 더욱 정교화될 전망이다.
이렇듯 휴머나이징된 초개인화 서비스는 고객에게 물리적 채널(대면경험)과 디지털 채널 모두에서 일관성 있게 제공돼야 한다. 은행 내 채널 간 일관성이 결여된 서비스는 고객의 혼란과 다른 서비스로의 이탈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은행 지점에서의 상담이 모바일 뱅킹의 원격 상담으로 이어지고, 고객의 소비 생활이 모바일 뱅킹에서 관리되는 등 고객 경험의 통합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고객의 모든 경험이 은행 채널들을 통해 통합될수록 고객은 은행 서비스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될 것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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