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청구에 대하여[Lawyer's View]

입력 2022-07-27 15:18  

이 기사는 07월 27일 15: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981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2020년 12월 9일 전면개정돼 2021년 12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전면개정을 통해 그동안 법집행 과정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 온 여러 분야들을 보완했다. 그 중 하나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이른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인데, 이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을 경우 공정위가 신고 또는 직권으로 해당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필요한 경우 형사고발을 해왔다. 그럼에도 왜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일까? 공정위는 인적 자원 등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신고사건은 폭증해 이를 적시에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함으로써 신속한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구 공정거래법 하에서 직접 법원에 금지청구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금지청구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향후 법원을 통한 금지청구소송들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는 제외) 및 이를 교사·방조한 사업자단체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는 그 위반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자신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법 제108조 제1항).

법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한정하고 있지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금지행위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해당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금지청구가 가능한 것이 아닌지가 문제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언상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3배 배상제도가 하도급법에 도입된 이래 많은 법률에 도입된 것처럼, 향후 위 특별법들에 따른 금지행위에 대해서도 금지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현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할 것인지 논의되었다가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현저한'이라는 단어는 제외됐다. 그러나 '금전배상과 같은 구제수단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 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금지청구의 본질에 비춰볼 때 향후 법원 실무상으로는 금전배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피해의 경우에는 금지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본안소송보다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형태로 금지청구를 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같은 가처분의 경우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한 필요성'이 요구되므로(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결국 '현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금지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다. 사업자가 금지청구를 당한 이후 해당 행위를 중지한 경우 보전의 필요성 등이 없어 해당 청구가 기각될 것인가? '피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중단이 진실성이 없는 일시적 중단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해의 우려가 있다고 보아 금지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법은 '자신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업자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해석된다. 다만, 해당 불공정거래행위가 다수의 당사자에게 이루어지는 경우 판결에 의해 청구인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다른 당사자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의 내용에 단순히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부작위의무'를 넘어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작위의무'가 포함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작위의무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금지청구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할권을 갖는 지방법원 외에 해당 지방법원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도 제기할 수 있다(법 제108조 제2항).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에 대한 불복의 소는 서울고등법원의 전속관할로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데, 피해자가 가까운 법원에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원은 금지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 그로 인한 피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고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원고에게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법 제108조 제3항). 금지청구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인데, 원고 패소 시 피고의 소송비용 보전에 한하지 않고 금지청구 자체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피고의 이익도 고려하여 담보의 수액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와 같은 담보제공만으로는 금지청구의 남용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평소에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법경영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금지청구를 당하게 되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도 여론 등에 의해 대외적 신인도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지청구를 한 입장에서 보면 해당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이 위법하다는 증명을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증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정 공정거래법은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두고 있다. 즉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에게 해당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법 제111조 제1항). 그러나 금지청구의 경우에는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지 않아서 청구인이 해당 소송에서 금지청구의 요건을 증명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금지청구의 경우에도 입법을 통해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많다. 다른 한편 공정위가 청구인의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증명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법원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반대로 법원이 공정위에 소 제기사실을 통지하거나 의견을 묻는 것이 가능한지가 논의된다. 현행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보이나, 법원이 필요한 경우 사실조회 형식으로 공정위의 의견을 들을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향후 입법을 통해 보완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이와 같은 금지청구제도가 활성화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금지청구 제도를 통하여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규제가 상당 부분 이뤄져왔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언론을 통해 금지청구소송 제기사실이 기사화되면서 사회적 이목을 끌게 됐다. 또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금지청구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처분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앞으로 관련 민사소송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앞서 말한 여러 문제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또는 입법을 통해 해결 또는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불이익과 금지명령 등으로 인한 사업자의 불이익이 적절히 균형점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변호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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