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후퇴 가능성을 두고 전·현직 재무장관의 의견이 엇갈렸다. 현직 장관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경기침체가 아니다”고 밝힌 반면 클린턴 행정부 시기 재무장관을 맡았던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내 경기후퇴를 예상하는 전문가 비율은 절반에 근접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14일 블룸버그가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경제가 향후 1년 내에 경기후퇴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7.5%를 기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 나왔던 비율인 30%보다 17.5%포인트 늘었다. 블룸버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제성장이 이미 둔화하고 있음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자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 0.5%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증가율 1.6% 하락)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하락은 피하지만 저성장이 뚜렷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침체를 규정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애틀랜타 중앙은행은 2분기 GDP 증가율이 1.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경기침체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은 24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일자리 창출이 일부 더뎌질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침체는 아니다”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NBER이 이 시기를 겸기침체로 규정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GDP 지표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기후퇴를 드러낼지라도 미국 경제가 바로 경기침체 상황에 빠지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이 경기 전망을 놓고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은 노동 시장에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건수는 37만2000건을 기록했다. 네 달 연속으로 35만건을 넘겼다. 실업률도 네 달 연속으로 3.6%를 기록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옐런 장관은 “한 달에 40만개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다면 이는 경기 침체가 아니다”며 “경기 침체를 확실히 피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노동 시장을 강하게 유지하고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길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직 재무장관인 서머스 교수는 같은 날 CNN에 출연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두고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전에 이런 상황이었을 때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인플레이션이 높고 고용이 낮을 때 경기침체가 항상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서머스 교수는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의회가 세금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수입품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4분기 미국의 실질 GDP가 1.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올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전의 입장을 뒤집었다. 로런스 메이어 전 Fed 이사는 “내년 미국 성장률이 -0.7%로 하락하고 실업률은 5%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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