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컨설팅 및 자문 사업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회계자문,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컨설팅 등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및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한 신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란 설명이다.
6월 결산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별도 컨설팅법인(PwC컨설팅) 매출을 합친 컨설팅·자문 부문 매출이 지난해(2021년 7월~2022년 6월) 7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5600억원)보다 27% 증가한 수치다. 세부 분야별로는 M&A 자문 매출이 전년보다 약 20%, 경영 관련 컨설팅 매출이 약 3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결산법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도 별도 컨설팅법인(딜로이트컨설팅)을 포함한 컨설팅·자문 매출이 지난해(2021년 6월~2022년 5월) 3580억원으로 전년(2560억원)보다 40%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3월 결산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은 M&A 자문 및 컨설팅을 포괄하는 경영자문 부문 매출이 2020회계연도 3289억원에서 2021회계연도 4339억원으로 3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대형 회계법인들의 컨설팅·자문 매출 증가폭은 전통 사업 영역으로 꼽히던 회계감사나 세무자문을 훨씬 앞선 것이다. 예컨대 삼정회계법인은 2021회계연도에 회계감사 부문 매출은 2146억원으로 10.2% 증가했고, 세무자문은 1124억원으로 16.4% 늘었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최근 몇 년간 회계법인 매출 증가세가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외부감사 투입시간 증가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시행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며 “하지만 적어도 대형 회계법인은 공통적으로 감사 부문보다는 컨설팅 부문이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회계시스템 구축을 문의하는 기업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컨설팅·자문 매출 급증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딜로이트, 언스트&영(EY), KPMG, PwC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의 컨설팅 매출(세금 자문 포함)은 지난해 총 1150억달러로, 감사 매출(530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한 대형 회계법인 대표는 “미래에 닥쳐올 큰 변화의 흐름에 대비하려는 기업이 많아 앞으로 회계법인의 컨설팅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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