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대로라면 대우조선은 벌써 사라졌어야 할 회사다. 부채비율이 500%를 웃돌고 단기차입금이 보유 현금의 두 배에 달한다. 12조원가량의 혈세로 20여 년을 버텨왔다. 이 지경인데도 고용 및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과 정치권,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한 역대 정부가 결단을 못 내린 채 처리를 질질 끌었다. ‘자연사’도 ‘안락사’도 못 시킨 채 산소마스크를 대준 것이 두고두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국민 민폐’가 되고 말았다.
대우조선의 연명은 국내 조선산업 앞날에도 부정적이다. 저가 수주 등 출혈 경쟁에 휩싸인 조선업 구조 개편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의 거센 추격으로 조선업계 공멸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은 업계의 컨센서스다. 정성립 전 대우조선 사장도 2017년 “빅2 체제로 가는 게 국가산업 경쟁력 면에서 맞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채권단 우산 아래 살아남으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7월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고 600여 명의 인력을 현대삼호중공업 등으로 전환배치했다. 삼성중공업은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3조8000억원을 수혈했다.
대마불사론의 허상은 겪을 만큼 겪었다. 대우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해 한국GM으로 간판을 교체했지만, 8년째 적자다. 상하이차, 마힌드라 등으로 수차례 주인이 바뀐 쌍용차는 투자를 못해 전기차 한 대 제대로 못 내놓는 형편이다.
대규모 사업장의 설비와 일자리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과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우조선 사태의 근본적 해결은 힘들다. 매각과 청산 등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장단기 구조조정 플랜을 짜야 한다. 언제까지 국가 경제와 국민이 대우조선에 볼모로 붙들려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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