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민주'로 불리는 이유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연초 '10만전자'가 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무색하게 국민주의 위상은 갈수록 흔들리고 있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로 삼성전자를 매수했다면, 현재 수익률은 -22.26%에 달합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7개월 만에 약 220만원이 증발한 셈이죠.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합니다. 올 상반기 실적이 괜찮은 데다가 반도체 업종은 여전히 매력적이란 이유에서죠. 연초 대비 목표주가를 낮추기는 했으나 증권가의 최근 분위기도 나쁘진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주가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삼성전자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죠.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만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작년 1월에 기록했던 장중 사상 최고가(9만6800원)보단 36.88% 떨어진 수준이지만, 지난 4일 장중 52주 신저가(5만5700원) 대비 9.69%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바닥 찍었나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월간 순매도를 지속해 온 외국인은 이달 7일부터 급락한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이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48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80억원, 380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죠.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다며, 연말로 갈수록 저점이 높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5000원을 유지하기도 했죠.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저점 수준까지 하락한 후 반등을 시작해 가격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세는 불가피하지만, 내년 공급감소 효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착륙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중장기 수혜를 예상하기도 했죠. 김 연구원은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에 의한 생산기지 현지화로 고객기반 확대에 따른 중장기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주가는 연말로 갈수록 저점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반도체 지원 법안은 미국의 부족한 반도체 제조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 설비투자에 520억 달러(약 68조원)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착공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2분기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둔 것도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4조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38% 늘고, 매출은 77조원으로 20.9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역대 최대를 달성한 1분기(77조7800억원)보다 1% 감소했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습니다. 영업이익은 15조원 안팎을 예상한 최근 증권가 전망치에는 조금 못 미쳤으나 2분기 기준 역대 세 번째 규모를 기록했죠.
삼성전자 목표가 7만3000원을 제시한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낮아진 영업이익 눈높이인 14조원에 대체로 부합했다"며 "주가 바닥 형성을 위한 마지막 단추는 실적 전망치 하락인데, 최근 실적 컨센서스 하락과 함께 주가에 악재가 선반영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권가, 상승여력 충분하다고 판단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온갖 고초를 겪은 종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 5월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사태로 공매도 타깃이 됐으며, 같은 해 8월에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매도 보고서 여파로 '8만전자'에서 단숨에 7만원대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주가가 지지부진합니다. 최근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데, 국내에선 보유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매출의 한 축인 PC와 스마트폰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주가 하락을 끌어내리는 요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나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완화되면서 비대면 근무 등을 위한 IT 기기 수요가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죠.
나아가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구매에 예전처럼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지난 5월 63조6950억원에서 이달 기준 56조6824억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향후 IT 분야 수요 둔화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죠.
이달 가장 낮은 목표가(7만3000원)를 제시한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D램과 낸드플래시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도 증권가는 삼성전자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습니다. 이달 15곳의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했습니다.
이들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최소 7만3000원부터 최대 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평균 목표주가는 8만1200원입니다. 현재 주가 대비 32.89% 상승 여력이 있다는 진단입니다.
목표가 8만8000원을 제시한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삼성전자 최근 주가 하락은 D램 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D램값은 3분기 조정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고, 부진한 모바일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 상반기를 상회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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