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은 문화·예술계에 추운 겨울을 가져다줬다. 감염 우려가 커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함께 모여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 핵심인 공연장과 미술관 등에 발걸음이 끊겼다. 기업의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계 후원) 활동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보다 14.5% 줄었다.
그러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점차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반등의 기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다리며 기업의 문화예술 투자가 더욱 활성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투자 역시 ESG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야별로는 지난해 문화예술 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 규모가 약 1055억19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1033억2700만원) 대비 투자액이 약 2.1%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공연장이나 미술관 운영이 침체되면서 이 기간을 활용한 시설 재정비 등 재투자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클래식 분야 지원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업의 클래식 지원 금액은 총 116억700만원으로, 2020년 101억2800만원 대비 14.6% 증가했다. 클래식은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시행 등으로 공연장 정상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타격이 가장 큰 장르 중 하나였다. 그밖에 비주류·다원예술과 뮤지컬은 같은 기간 각각 23.2%, 0.2% 지원금액이 늘었다.
다만 미술이나 무용, 국악 등 다른 분야 예술은 지원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국악·전통예술 지원 금액은 47억8000만원으로 전년(66억5000만원)보다 2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동기간 영상·미디어(-21.0%), 무용(-10.2%), 미술·전시(-8.7%) 등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 훈풍이 불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호문화재단은 클래식 영재 발굴 및 지원 사업을 통해 최근 ‘K클래식’ 열풍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 열린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한 한국 음악가 38명 중 30명(78%)이 금호영재·영아티스트 출신이다. 미국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비롯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에 오른 첼리스트 최하영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문화재단은 2016년 8월 개관한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을 통해 적극적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후원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개관한 롯데뮤지엄은 세계 현대 미술의 새로운 움직임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은 복합문화 플랫폼 ‘CJ아지트’를 기반으로 젊은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 영화 뮤지컬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튠업(TUNE UP)’ ‘스토리업(STORY UP)’ ‘스테이지업(STAGE UP)’ 등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7년 사재 85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예술 진흥을 통해 미래 인재에게 꿈을 심어주고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음악 영재를 발굴·지원하는 ‘온드림 앙상블’, 지역 마을과 예술 문화를 연결하는 강원도 ‘계촌마을 클래식 축제’ ‘동편제 국악 축제’ 등 사업을 진행했다.
기업 출연 문화재단 중 가장 지원규모가 큰 삼성문화재단은 지난해 리움미술관을 재개관하고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이어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