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자체 브랜드(PB) 시장의 최강 채널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강력한 바잉 파워를 앞세워 ‘커클랜드’(코스트코), ‘노브랜드’(이마트)같이 제조사 브랜드(NB)를 압도하는 브랜드를 선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업계에서 ‘PB 전쟁’이 뜨겁게 전개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편의점이 넘겨받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주 소비층 1020세대를 겨냥해 ‘쇼핑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빵은 CU 디저트 매출의 62.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제품은 편의점업계에서 ‘기획의 승리’로 평가받는다. 기획 단계부터 크림의 단맛과 식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
그 결과 전체 면적의 80%가량을 크림으로 채운 빵 사진이 SNS를 타고 젊은 층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김소연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평소 디저트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연세우유로부터 크림을 공급받았고, 부드러운 반죽이 터지지 않도록 크림을 5g 단위로 넣어보면서 제조사 푸드코아와 연구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원소주스피릿은 출시 1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 20만 병이 완판되며 GS25 주류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GS25에서 카스 캔맥주를 제치고 다른 술이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CU는 GS25를 따라잡기 위해 배우 김보성과 손잡고 ‘김보성의 의리남 소주’를 25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가수 임창정과 협업해 증류주 ‘소주 한 잔’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오비맥주가 장악하고 있던 주류 시장에 편의점 PB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전체 매출 중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말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비중이 3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산된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상품 진열도 편의점 PB의 판매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반응만 좋으면 PB도 얼마든 ‘명당’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PB가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PB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편의점과 제조사 간 역학 관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갑’의 입장이었을 대형 제조사가 편의점이 기획한 상품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CU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곰표 맥주’가 대표적인 예다. 마케팅 전략과 상품 개발은 CU와 세븐브로이가 책임지고, 롯데칠성은 생산만 맡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소비자 ‘니즈’를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점포 수가 많아 상품 기획 측면에서 대형마트나 제조사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품질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제/박종관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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