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의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결정이 나오면서 25일 상승했던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1.78%(1.72달러) 하락한 94.98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거래일 중 25일을 제외한 4거래일 모두 유가가 떨어졌다. 브렌트유 9월물도 유럽ICE선물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0.71%(0.75달러) 하락한 104.40달러에 이날 장을 마쳤다.
세계 경기를 놓고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2%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3.6%에서 2.9%로 수정했다. 3개월 전 내놨던 전망치 대비 0.7%포인트나 낮췄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둔화에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건 각국 중앙은행의 기량을 시험하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퍼런스보드의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발표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이 기관이 설문조사를 거쳐 발표한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5.7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전월 수치(98.4)와 월스트리트저널 예상치(97.0), 로이터 예상치(97.2)를 모두 밑돌았다. 특히 설문 응답자 중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향후 6개월 내에 구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에 다르면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 2000만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른 유가를 잡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유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증가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달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일당 1190만배럴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생산량인 1120만배럴보다 많다. 내년 동기 생산 목표량은 이달보다 많은 1280만배럴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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