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은 혜택을 얻고 자영업자는 행복한 사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 정치 쟁점의 ‘단골손님’이던 지역화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새 정부 들어 할인 혜택이 대폭 축소되는가 하면, 아예 서비스가 종료되는 등 존폐 기로에 선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국비 지원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할인 혜택을 누리려는 이용자들의 사용액이 급증하면서 재정 소진이 빨라진 탓이다.
‘인천e음’(인천), ‘온통대전’(대전) 등 대표 지역화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도 및 할인율 축소, 캐시백 일시 중단 등의 조치에 들어간 상황. 특히 이재명 의원의 텃밭인 경기도에서도 할인율을 축소하는 기초 지자체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재정 투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3714억원에 불과하던 전국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지난해 22조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국비 투입 규모는 2018년 100억원에서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국비 외에 시·도비, 시·군·구비 등을 감안하면 올해 지역화폐에 투입될 세금은 최대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역화폐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국비 투입액을 지난해에 비해 5000억원 이상 적은 7053억원으로 편성했고, 기획재정부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야당 의원 시절 지역화폐에 대해 ‘재정중독’이라고 비판했던 추 부총리는 지난 26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지역화폐에 대해)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 지원을 한 부분에 대해 원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역화폐 예산 1조원이면 대전의 미래를 좌우하는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존폐를 두고 연말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가 지역화폐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온통대전’을 운용 중인 대전시는 22일 예산 소진을 이유로 캐시백을 중단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조용익 시장이 당선된 부천시는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시장은 최근 “부천페이 인센티브를 10%로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화폐를 애용해온 주민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10% 할인’이라는 달콤한 혜택을 한번에 포기하기 쉽지 않아서다. 송경호·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지역화폐는 여러 지자체가 발행할수록 ‘지역 내 소비’라는 효과는 떨어진다”며 “대형마트 매출의 소상공인 이전 등의 정책 효과가 있는 기존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역화폐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원=김대훈 기자/부산=민건태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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