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의 38조 미국 투자, 또 하나의 한미 경제안보동맹

입력 2022-07-27 17:34   수정 2022-07-28 03:49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제 새벽(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하고 미국에 220억달러(약 29조원)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내놓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70억달러 투자 계획을 포함하면 대미 투자 규모가 290억달러(약 38조원)로 늘어난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신 “생큐 토니(최 회장의 영어 이름)!”를 외치며 “역사적 발표”라고 추켜세울 만큼 ‘통 큰’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이번 투자 결정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첫 생산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국내 반도체업계 최초로 미국에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시설을 짓기로 한 게 눈에 띈다. 그동안 후공정은 전공정(웨이퍼 제조)에 비해 기술 비중이 낮고, 노동집약적이어서 선진국에 투자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5G 등 첨단기술 확산으로 고성능·초소형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졌다.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부터는 미세화를 통한 성능 향상과 수율(정상품 비율) 확보에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패키징 기술이 떠올랐다.

SK는 반도체 원천기술 보유국이자 후공정이 강한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높여 프리미엄 D램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칩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어 서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TSV·실리콘관통전극)을 적용해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도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도 일본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섰다.

초대형 투자를 통해 SK는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SK는 미 정부의 지원 속에 생산 거점과 함께 후공정 기술력을 확보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2만 개의 일자리를 확보한 만큼 ‘윈윈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의 미국 투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그린 에너지(첨단 소형원자로), 바이오(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핵심 성장동력 분야를 망라한다. 국내외 경기 하락 추세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결단을 내린 만큼 SK의 대미 투자가 큰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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