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대인플레이션(4.7%)이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건 소비자들은 물가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본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 임금 상승 요구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언급한 ‘고(高)물가의 고착화’가 진행될 수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봉쇄 등을 거치면서 지난 4월 3.1%로 올라선 이후 3개월 만에 4%대를 돌파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지수가 6%까지 상승한 데서 주로 기인했다”며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 인식(5.1%)도 한 달 새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소비 심리는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으로, 한 달 전보다 1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9월(80.9) 이후 최저치다.
내수 역시 불안하다. 한은이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는데 그 효과가 다음달부터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이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민간 소비는 평균 0.04~0.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상승한 걸 고려하면 민간 소비는 1%가량 위축된다. 설비투자는 0.07~0.15%, 건설투자는 0.07~0.1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금통위 내에서도 이런 고심이 나타났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이날 한은금요강좌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둔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민간 소비도 실질 구매력 감소, 감염병 재확산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물가의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과 물가 간 상충 관계가 심화한다면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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