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의 운영 주체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최근 금융사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새출발기금 지원 한도를 30억원(법인 소상공인 기준·개인사업자 25억원)으로 명시했다. 예상보다 한도가 높게 설정됐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13년 국민행복기금 등 과거 개인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대상 한도가 통상 1억원 안팎이었는데, 이번엔 법인까지 염두에 두고 상한선을 30억원으로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영세한 사업자가 아니라 수십억원의 빚을 질 만큼 담보와 신용을 갖춘 법인까지 지원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향후 대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는 대출이 제외되긴 했지만 사업주가 개인용도와 사업용도 중 어느 목적으로 가계대출을 받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아 온 차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버티면 정부가 깎아준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채권을 팔 땐 회계사 감정가에 프리미엄이 붙지만, 캠코 매각 시 이런 프리미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항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소상공인 신용대출의 부도 후 손실률은 70~80% 수준으로 금융사 입장에서 20% 정도는 건질 수 있다”며 “과거 국민행복기금 땐 금융사가 6~7%(사후정산 포함) 정도는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규모나 채무조정 폭이 훨씬 큰 만큼 금융사 손실이 이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금융권 관계자도 “캠코에 채권을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상환 일정 조정, 금리 할인 등을 해주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며 “조달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덩치가 작은 2금융권의 경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캠코 자료에는 부실 우려 차주의 예시로 △6개월 이상 장기 휴·폐업자 △10일 이상 단기연체자(최근 6개월간 누적 연체 3회 이상) △고객 연체 등에 따른 기한이익상실차주 등이 제시돼 있다. 대출 보유자가 10일 이상 연체하는 사례는 비교적 흔한 만큼 부실 우려 차주 기준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인혁/빈난새/이소현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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