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한은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소비 위축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달보다 0.8%포인트 급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 1~3월만 해도 2%대였는데 4~6월 3%대로 높아진 데 이어 7월엔 4%대 후반으로 뛰었다.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폭(0.8%포인트)도 역대 최대였다. 한은이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았지만 물가 상승 심리를 꺾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소비와 투자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쌓이면서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1년 뒤 최대 0.15%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연 0.5%이던 기준금리를 연 2.25%까지 끌어올렸다. 산술적으로 보면 그동안의 한은 금리 인상 여파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1.05%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학자 10명 중 6명은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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