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진영·팬덤정치와 결별해야…尹과 개헌 논의할 것"

입력 2022-07-28 15:51   수정 2022-07-28 15:56



“진영정치, 팬덤정치와 결별하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소수의 극단에 끌려다니는 정치는 정당과 국민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핵심 원인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에 협치를 위한 변화를 당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5선을 한 중도·온건 성향 정치인이다. 지난 4일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장의 ‘진영·팬덤정치와 결별’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협치보단 지지세 결집에 골몰한다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팬덤인 '개딸(개혁의딸)'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차기 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전국을 돌며 사실상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 대해 김 의장은 “양당이 모두 생소한 환경에 직면했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야당 시절의 모습을 버리고 속히 ‘소수 여당’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주문했다.

야당이 된 ‘친정’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은 정부 견제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야당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한다”며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성숙한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필요성은 재차 강조했다. 김 의장은 “여야가 모두 합의할 수 있고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국회로 옮기는 방안 등은 여야가 합의해 먼저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다음달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개헌을 포함해서 모든 정책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김 의장은 “(개헌을 쉽게 하는)‘연성헌법’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지금 우리 헌법은 개헌을 어렵게 하는 ‘경성헌법’으로 국민투표 등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개헌이 모든 정치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여겨진다”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개헌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후반기 원 구성이 53일간 지연된 것에는 ‘절차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상임위 구성의 원칙과 절차를 국회법 내에서 제도적으로 마련해 (회기 시작 후) 1~2주 내에는 원 구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내 국회선진화소위에서 우선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세비 반납’ 요구에 대해선 “(원 구성 지연이)의원 개개인의 책임으로 보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김 의장은 “지난 53일 간 470여개 법안이 발의됐다”며 “의원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며 세비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등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 강화를 추진할 뜻도 밝혔다. 앞서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이런 방안을 담은 '예산심의 강화 3법'을 지난달 김 의장과 함께 발의했다.

김 의장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각 상임위와 예결위가 국회 차원의 의견을 미리 정부에 주고, 정부는 그것을 참고해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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