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서까지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0으로, 지난달(82)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2월(76) 이후 최저다.
하지만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7%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건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추가 빅스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금통위 때 말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취임한 신성환 신임 금통위원은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둔화 가능성, 자본유출 위험 등 함께 고려해야 할 상황이 산재해 있다”며 “중앙은행에 이처럼 난해한 과제가 주어진 것은 실로 수십 년 만”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감안해 8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도 지난 13일 빅스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당시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까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연 2.5%로 같아진다. 하지만 미국이 9월에 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또 벌어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세 차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의 유출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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