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불확실성의 시대에 서 있는 국내 유동화의 도전과 기대 [한신평의 Credit Insight]

입력 2022-08-03 13:55   수정 2022-08-05 11:45

이 기사는 08월 03일 13: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제 온라인을 통한 중고품 거래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에서 구매자는 언제나 판매자가 제공하는 물건의 품질이나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서로 가진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쌍방이 무언가를 거래하는 경우, 또는 그 무언가를 기초로 투자 등 의사 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언제나 직면하는 문제다.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고,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의 경제 및 교역 현황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 경제 활동의 과정에서 거래상대방 또는 행위 주체 간에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른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통칭한다. 정보의 비대칭은 소위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경제학원론에서 설명한다. 경제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보유한 측에서는 그 정보에 매개된 거래에 응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가령 앞서 얘기한 결혼시장에서는 혼인율 저하, 러시아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경제 및 교역 현황에 대한 정보부족이 시장의 오버슈팅(Overshooting) 및 거래위축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 하면 떠오르는 용어가 레몬마켓(가격 대비 품질이 낮은 제품만 남은 시장)이다. 사실상 모든 시장이 레몬마켓으로 변질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대책을 강구한다. 오늘날의 다양한 인터넷 상거래에서 볼 수 있는 댓글, 후기 등의 피드백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노력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정보의 비대칭과 신용평가
자본시장 또는 직접금융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신용평가회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즉, 시장에 넘쳐나는 과도한 정보를 정제해 제공하거나 투자자들이 확보할 수 없는 정보에 입각해 신용위험을 산정하는 것이 신용평가회사의 주요 업무다. 이러한 역할은 유동화증권 등 구조화금융 영역에서 보다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에 따라, 그리고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게 내려지고 있다. 가장 광의로 규정짓자면 선순위 고정금리 및 만기 형태의 자금 조달을 제외한 모든 금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구조화 금융상품으로는 유동화증권을 들 수 있다.

유동화라는 말은 1990년대 말 국내에서 관련 특별법을 제정한 뒤 해외에서 주로 통용되던 증권화(Securitization)를 대신하게 되면서 정착된 용어다. 증권화란 표현과 비교했을 때 유동화가 좀 더 폭넓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자본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형태의 증권이나 대출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유동화 목적의 명목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자금으로 특정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국내 유동화시장은 도입 후 20여년의 짧은 역사 동안 비교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빨랐던 분야다. 제도적 및 거시경제 환경, 정부의 정책적 목적,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 등에 따라 다양한 자산 및 구조가 활용되면서 양적 및 질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유동화에 대한 신용평가는 일반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는 유동화 목적의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로 설립해 계약서로 구현되는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만 운영하고, 회사가 매입한 유동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만 유동화부채를 상환하는 구조를 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 과정에서 기업평가와는 달리 구조적, 법률적 위험 등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이러한 유동화 부문의 특성과 시장 또는 언론을 통해 유통되는 개별 유동화 상품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 등 때문에 유동화 부문에서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다른 경우보다 더 두드러지게 된다. 유동화증권에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이 가산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평가는 투자자가 직면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위험을 경감시켜 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평가와 비교하자면, 기업평가는 투자자가 접근 가능한 수많은 정보 중에서 실제 신용위험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골라내어 그 기업의 신용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투자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유동화평가는 투자자나 기타 시장 참여자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자료나 정보에 기반하여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동산금융 유동화
국내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자산 영역 및 구조가 존재하지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PF Loan 유동화를 포함한 부동산금융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금융에서 처음 유동화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및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매매업을 겸영하는 금융투자업자가 지급보증업무를 영위할 수 있음이 명문화되어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을 제공하는 유동화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후 증권회사가 신용보강하는 구조를 포함해 부동산금융 관련 유동화 부문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21년 부동산금융 부문 유동화증권(공시된 신용등급 집계 기준)은 전체 시장의 약 50%(평가건수), 19%(금액)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현재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유동화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동화증권이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과 경쟁상품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증권사의 신용보강 등 여러 가지 구조화 기법을 활용하여 투자자의 성향이나 유인에 맞춰 다양한 만기와 금리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성장에 크게 기여한 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의 요구나 시장 상황에 맞춰 CP, 단기사채, 사채 중 선택하여 발생할 수 있고 대출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으며, 여러 개의 순위와 만기로 만들 수도 있다.

유동화증권 상환을 위한 재원의 확보에 있어서도 시장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특성도 있다. 자산에서 회수되는 금원으로 순차적으로 유동화증권을 상환해도 되겠지만 상황에 따라 자산의 매각을 통해 상환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원래 자산보유자가 재매입할 수도 있다.

금리 인상기, 국내 유동화시장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현재와 같이 금리 상승을 포함하여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에도 우려스러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는 현 상황에서 국내 유동화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부동산금융 유동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동화는 국내 부동산금융 기법의 고도화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증권회사들의 우발채무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유동화의 장점들이나 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부동산 경기에 따라 유동화 부문이 일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증권회사들의 잠재적 부담의 현실화 가능성과 그 규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에 대응해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의 만기도 단기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에 증권사별 유동화 익스포져 규모와 증권의 만기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동화를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장단기 금리차를 꼽을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차익거래(Arbitrage)가 목적이며 현재와 같이 금리 수준이 높은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이는 장기, 가령 3년 만기의 사채를 기초로 3개월 만기 등 단기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장단기 금리차에 따른 마진을 유동화 주관사 등 발행 관련 기관이 향유할 수 있다. 결국 사채를 발행한 기업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장기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유동화회사의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유동성공여(신규로 발행되는 증권이 미매각되는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매입)를 누가 제공하느냐의 여부이다. 만약 사채 발행 기업이 이를 책임진다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단기의 자금 조달일 수 있고, 유동화증권의 투자자도 해당 기업의 신용 및 유동성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가 유동성위험을 책임지는 구조라면 금리 상승기에 증권사가 예기치 못한 시장위험을 떠안을 위험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금융 유동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얘기다. 자산 만기나 사업기간 대비 만기 구조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금리인상,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유동화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도
한편 금리와의 전쟁, 즉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유인이 커질 것이기에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무보증회사채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하는 유동화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유동화 본연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캐피탈사들이 실행한 소매금융자산 유동화나 일반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 유동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유동자산인 건물 등 부동산을 유동화 방식으로 현금화할 수도 있다. 가령 부동산을 유동화 SPC에게 매각하고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매각 후 재임대(Sale and Lease Back)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부동산을 계속 사용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때 다양한 부채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자금 조달 비용을 경감하고, 부동산의 매각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유동화의 효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외에 경기침체 과정에서 부실자산이 증가할 수 있을 텐데, 연체된 부동산 담보부 대출채권 등 다양한 NPL 자산을 포함해 부실채권 정리 목적의 유동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는 기회다
국내 유동화시장은 2000년대 후반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의 미국 시장과는 판이하다. 당시에는 구조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위험 자산이 구조화를 거쳐 저위험 증권으로 둔갑하는 등 온갖 복잡하고 난해한 상품이 등장하여 만든 사람도, 파는 사람도, 투자자도 정확하게 모르고 거래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유동화증권들은 기초자산의 신용도와 현금흐름을 비교적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거나 증권회사, 은행 등이 신용보강하여 이들 기관의 신용등급으로 발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구조화상품의 시스템 리스크가 대두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 부문과 관련해서는 만기 구조를 포함하여 유동화증권에 대해 신용보강(유동성보강 포함)을 제공하고 있는 증권회사의 익스포져 규모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증권회사 입장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전통적 유동화의 부활을 목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서, 한국신용평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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