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7월 FOMC가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움직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만큼, 이를 낮추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다만 "통화정책 기조가 추가로 긴축됨에 따라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동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속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에 더 공격적인 속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경제가 아직 긴축 효과를 완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Fed의 연방기금금리 목표는 중립 금리 범위"라며 "Fed가 연말까지 3~3.5%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의 발언을 비롯해 FOMC는 예상보다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이전엔 인플레이션에 주안을 뒀다면, 이번엔 경제를 고려할 것이라는 뉘앙스가 포함됐다"며 "9월까지 에너지 가격 하락과 주택지표 및 선행지표 부진 등 최근 같은 기조가 강화되면 Fed는 9월 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과거 세 차례 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자본 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들어 외국인 증권자금이 주식·채권 모두 순유입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함을 방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흥국으로의 파급 효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금리 역전이 된 경우가 3차례 있었고, 과거에도 평균적으로 0.50~0.90% 사이를 오간 바 있다"며 "외환시장이나 자본유출 이런 걸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금리 역전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역전에도 국내는 글로벌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 흐름에 미국 대비 펀더멘털 우려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도 8월과 4분기 중 각각 1차례씩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 폭을 확대할 경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은은 최근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인상될 때마다 1차 연도에 민간 소비는 0.04~0.15%, 설비투자는 0.07~0.15%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으로 전달보다 10.4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봉쇄됐던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12.7포인트 하락)과 2020년 3월(17.4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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