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신차를 구입한 최모씨(65)는 자동차 업체 직원으로부터 "차 값이 하반기에는 더 오를 수 있으니 지금 사시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최씨는 "원래 차를 사려던 계획은 있었다"면서도 "좀 느긋하게 사고 싶었는데 직원 얘기를 들으니 늦기 전에 얼른 구매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신차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는 최근 차 가격을 계속해서 인상하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차와 기아도 하반기 자동차 가격 인상을 공공연히 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평균 신차 판매 가격은 4420만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13.8% 오른 바 있다. 자동차 가격 인상이 올해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업계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 가격 인상이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소폭이나마 가격인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그 인상폭이 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올해에만 6번 가격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를 비롯, 쏘나타 K5등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 완성차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신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여전히 더딜 것이기 때문에 신차 가격 인상이 생각보다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차 수요 상당부분이 교체 수요임을 감안할 때 장기간에 걸쳐 해당 수요가 소진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반도체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있어 신차 공급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도 하반기 자동차 가격 인상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러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 적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가부담 증가가 전망된다"고 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 또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3분기에는 지난 분기보다 재료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원가 부담을 가격으로 전가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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