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신의 방패' 이지스함

입력 2022-07-29 17:25   수정 2022-07-30 00:08

2차 세계대전 때까지 군사 강국들의 전함 경쟁은 거함, 거포 위주였다. 7만t(만재배수량)급인 야마토, 무사시 등 초대형 전함들은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6만t급인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함들은 방어에 취약했다. 함정 공격용 뇌격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진주만의 미국 전함들은 일본 함재기들의 기습 공격에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5척이 수장되고 3척은 크게 파손됐다.

1950~1960년대엔 미사일이 전장의 주요 무기로 등장하면서 전함들에 비상이 걸렸다. 60t급 이집트 소형 고속정이 1967년 10월 수에즈 운하에서 미사일 한 방으로 1730t의 이스라엘 구축함을 격침한 것은 해상 전투 전략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구소련이 초음속 대함미사일로 미국 항공모함을 저지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미 해군은 새 함정 방어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고, 1983년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갖춘 구축함을 선보였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 여신에게 준 ‘신의 방패’를 뜻한다. 이지스 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와 대공, 대함, 대지 미사일 등을 이용해 목표 탐색부터 공격까지 전 과정을 통합전투체계화한 개념이다. 1000㎞ 이상 떨어진 수백, 수천 개의 목표물도 첨단 레이더로 탐지해 공격할 수 있다. 대신 거포는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미국 90여 척을 비롯해 6개국이 110여 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07년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3척의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했다.

그제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8200t급) 진수식이 열렸다. 기존 이지스함(7600t급)보다 덩치가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스텔스 성능과 미사일 추적·탐지·요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것이 주목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육지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요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은 할 수 있지만 요격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정도만 가능하다.

‘독침무기’로 불리는 사거리 500~1000㎞의 국산 함대지(艦對地) 미사일은 북한의 전략 목표물뿐만 아니라 유사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신의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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