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유명하게 만든 광고 카피다. 2011년 자사 제품을 제발 사지 말라고 말한 해괴한 광고는 회사의 브랜드 철학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어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더 신중하게 소비하라는 경고였다.
5년 뒤 파타고니아는 ‘롱 루트 에일’이라는 맥주를 내놨다. 맥주를 마시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맥주와 환경이 무슨 상관일까. 그 답은 파타고니아가 만든 맥주의 주재료에 있다. 일반 맥주의 주재료인 밀은 한해살이 작물이다. 밀을 재배하기 위해 해마다 밭을 갈아엎으면서 흙 속에 있어야 할 다량의 탄소가 지면 위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는 땅속의 탄소를 그대로 두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은 품종이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Kernza)’다. 컨자 밀은 살충제가 필요 없고, 서늘하고 추운 지역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생산 효율이 좋지 않아 농부들이 재배를 꺼리는 희귀종. 파타고니아는 재배 농가와 생산 계약을 맺고 지속 가능한 맥주를 만드는 미국 맥주 제조사 HUB와 손잡았다. 세계 최초의 환경재생형 맥주는 그렇게 탄생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인 요즘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는 파타고니아를 포함한 26개 브랜드의 ESG 경영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ESG 경영을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집채만 한 파도와 같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봤다. 공짜로 약을 주는 머크, 60세 이상의 직원만 뽑는 가토제작소, 비건 콘돔을 개발한 서스테인내추럴 등을 통해 오래도록 사랑받은 브랜드의 비밀을 파헤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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