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안겨준 새 주인은 연관 대기업도 글로벌 PEF도 아닌 바로 한앤컴퍼니다. ‘헌 펀드’에 있던 쌍용C&E를 ‘새 펀드’로 넘겨 차액을 정산하면서 쌍용C&E 경영권도 계속 행사할 예정이다. 이때 만드는 새 펀드를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라고 한다. 운용사(GP)는 그대로 두고 투자자(LP)만 바꾸는 딜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한 거래가 성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쌍용C&E의 기업가치는 주당 8200원, 거래 지분(77.68%) 기준으론 약 3조2093억원으로 책정됐다. 한앤컴퍼니가 지분 확보에 들인 투자금은 약 1조4375억원 수준이다. 배당 등을 통해 그동안 회수한 금액을 고려하면 한앤컴퍼니는 쌍용C&E 투자 6년 만에 3배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는 투자자 교체를 통해 쌍용C&E 경영권을 외부에 매각하지 않고도 중간 회수에 성공했다. 2015년 조성한 2호 펀드가 만기를 앞둔 상황에서 기한에 쫓기지 않고 쌍용C&E 재매각에 돌입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펀드 운용역은 대규모 성과보수를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PEF업계에선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활발하다. 코로나19 직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PEF로 자금이 몰리면서 펀드 간 거래가 속출했다.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 글로벌 PEF들은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보유하고 있거나 펀드 조성을 끝내고 활발히 투자처를 찾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한 거래가 지난해 650억달러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70억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아문디의 빈센트 모티에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6월 “최근 몇 년간 PEF 간 거래들이 민간 시장에서 거품을 만드는 피라미드 다단계 구조와 닮아가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내 공제회 CIO는 “글로벌 시장에서 컨티뉴에이션 거래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이 대폭 올라 글로벌 출자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투자 가치가 과연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결국 컨티뉴에이션 1호 딜인 쌍용C&E의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 쌍용C&E가 처한 경영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고 전력요금까지 상승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98% 급감했다. 주가(29일 기준)는 주당 6670원으로 새 투자자들이 인수한 가격 대비 약 18% 낮은 수준에 있다.
한앤컴퍼니도 승부수를 던졌다. 컨티뉴에이션 거래와 함께 쌍용C&E 비상 경영을 선언했다. 또 펀드 관리 보수를 펀드 규모의 1%로 책정하고,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최소 수익률 기준도 연 10%로 상향했다. 일반적인 관리 보수 2%와 성과보수 기준 수익률 연 8%보다 더 엄격하게 책정한 것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