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키니 사진이 왜"…스페인 해변광고 알고보니 '무단도용'

입력 2022-08-01 11:07   수정 2022-08-01 11:39



스페인 정부의 여름 캠페인이 모델 무단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터에 그려진 여성 5명 중 3명이 본인의 허락 없이 사진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여성 몸매만 거론해 ‘남녀차별’이라는 지적에 이어 무단도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성들의 신체 자유를 응원한다는 캠페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스페인의 이 공익 캠페인은 ‘여름은 우리의 것’이라는 구호와 함께 휴가철을 맞아 여성들이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해변에서 즐기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은 “신체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대는 여성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며 “여성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여름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남성을 배제하고 여성 몸매만 부각해 역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 와중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한 영국 모델이 자신의 사진이 허락없이 긍정적 신체를 홍보하는데 쓰였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런던 출신의 나이오메 니콜라스 윌리엄씨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자신도 모르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나이오메는 포스터 속에서 금색 비키니를 입고 모래사장에 앉아있다. 그는 이 포스터를 본 적도 없었는데 그의 7만8000여명 팔로워 중 한 명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것은 공식적인 사진이 아니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적인 사진”이라며 “너무나 무례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SNS 계정에 불만을 올리자 최종 포스터를 만든 일러스트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는데 작가는 시간이 촉박해서 모델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보상을 해주겠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오메는 “수습하기 급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스페인 정부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진이 도용된 여성은 나이오메씨 한 명이 아니다. 다음날 한 영국 모델도 스페인 정부가 자신의 허락없이 사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시안 그린로드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사진이 도용됐다며 포스터 속 왼쪽 하단에 있는 여성을 가르켰다. 그는 9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었는데 포스터 속에는 자신의 의족조차 편집돼 있어 화가났다고 전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분노의 양을 설명 할 수도 없다”며 “내 사진을 쓴 것 뿐만 아니라 내 신체를 마음대로 편집했다는 것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사진이 무단 도용됐다고 주장하는 세번째 피해자도 나왔다. 유방암 생존자인 줄리엣 피츠패트릭씨는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현재 완치했다. 포스터 속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얼굴이 그녀라고 주장했다. 포스터 속 여자는 한쪽 가슴이 있기 때문에 양쪽 가슴 잘라낸 그녀의 신체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내 몸이 허락없이 쓰일 수 있냐”며 “이번 캠페인은 캠페인의 주제와 완전히 어긋난다”고 말했고, 그 사진을 촬영한 영국 사진 작가 바웰은 “내 갤러리를 뒤져 포스터를 제작한 것 같다”고 BBC에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캠페인을 만든 작가 아르테 마파체는 무단 도용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작가는 “포스터 속 초상권을 고려해 최대한 보상할 것”이라며 “작품에 대해 받은 돈을 포스터 속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아직까지 이 논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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