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에 빠지고 있진 않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경기(景氣) 논쟁이 뜨겁다.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그렇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복합불황,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혹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들었다’고 봤다. 41%는 ‘인플레이션은 있지만 경기 부진은 아니다’고 했다. 크게 보면 비관론과 낙관론이 부딪친다. 경제 주체들은 불안할수록 경기변동론에 의지하려 한다.

경기변동은 네 가지 국면으로 나뉜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는 회복기, 경제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정점으로 가는 확장기,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하는 후퇴기, 경제 활동이 더욱 둔해져 저점을 향해 가는 수축기다.
통계청은 1970년부터 각종 지표를 종합해 경기순환에 관한 자료를 내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70년 이래 10차례 경기순환을 겪었으며, 지금은 11번째 순환기에 있다. 상승 국면은 평균 31개월, 하강 국면은 평균 18개월 지속됐다. 마지막 경기 저점은 2013년 3월, 마지막 정점은 2017년 9월이었다.
다른 하나는 총공급의 변화다. 국제 유가 급등, 대규모 노사 분규,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 등은 경제의 총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변수가 발생하면 생산이 감소하면서 물가도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신기술 개발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생산 비용이 줄어들면 총공급이 증가하면서 경기가 살아난다.
시장 가격으로도 경기를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리 가격이다. 산업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구리에 대한 수요 변화가 곧 실물 경기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리 가격을 ‘닥터 쿠퍼(Dr. Copper)’라고도 한다.
생활 속 경기 지표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 쓰레기 배출량을 살폈다고 한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은 매일 아침 60가지 항목을 점검했는데, 그중에는 주가 금리 외에 스타인웨이 피아노 판매 대수도 있었다. 백화점 남성복 판매량과 지하철 이용객 수도 체감 지표로 많이 거론된다.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신용카드 매출이나 SNS 키워드, 인터넷 인기 검색어 등을 가공해 경기 판단에 활용하기도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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