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준석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 넣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미 지도부 전체가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다.
홍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이미 만신창이가 돼 당을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한 지도부라면,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서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대표 거취가 결정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는 게 법적 분쟁 없는 상식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왜 자꾸 꼼수로 돌파하려고 하는지 참 안타깝다"며 "합리적인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괜히 전국위 소집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이 대표가 가처분이라도 신청한다면 이번에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런 무리한 바보짓을 해서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 넣어서야 되겠냐"며 "그렇게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겠냐"고 반문했다.
홍 시장은 전날엔 "지도부 총사퇴 이후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게 '정도(正道)'"라면서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체가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가 없고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인데, 원내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 승계된 대표 권한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왜 꼼수에 샛길로만 찾아가려고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전날 의총을 열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뜻을 모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5일 상임전국위, 전국위를 열고 비대위 출범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상임전국위는 당의 현재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진행한다. 전국위에는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는 권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부여하는 당헌 개정 안건이 상정된다.
국민의힘 전국위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은 이날 권 원내대표 등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개최에 대해 "실무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해서 빠른 시일 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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