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분양업계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두 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공고한 현장은 전국에서 47개 단지에 달했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24개 단지에 달해 절반 이상(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장안동 ‘브이티 스타일’이 아홉 번이나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신림동 ‘신림스카이’는 여덟 번, 숭인동 ‘에비뉴 청계 I’은 여섯 번,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네 번씩 공고가 이어졌다. 경기 수원시 매교동 만강아파트가 11회 공고를 냈고, 의정부역 리버카운티도 7회 냈다.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송도에서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가 5회 무순위 청약 공고를 했다.
한때 ‘청약 불패’라 불렸던 수도권에서조차 ‘줍줍’이 실패하는 이유는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325가구였는데, 6월에는 4456가구로 반년 만에 236%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분양 경기가 안 좋은 와중에 까다로운 청약 제도가 미분양을 더 쌓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에서 무순위 청약 시 해당 지역 무주택 성년자로 자격을 제한하면서 청약은 건설회사 자체 홈페이지가 아닌, 부동산원 청약홈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을 이용하려면 사업자는 1회차에 800만원, 2회차에 400만원, 3회차 이후부터 회당 10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재공고 1회당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대출 자격을 고려하지 않고 청약에서 당첨된 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 절차까지 복잡해 속도감 있는 미분양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분양팀장은 “청약홈 절차가 길어 초기 분양 때 한 마케팅 효과가 거의 사라지고 미분양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며 “매번 수수료를 내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약 자격을 해당 지역에서 ‘광역시’ 이상으로 확대해 청약 자격자를 늘리고, 무순위 청약 2회차 이후부터는 건설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또는 추첨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측은 이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듣고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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