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이 단지 내 초등학교 부지 문제로 ‘올스톱’ 위기를 맞았다. 잠실주공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5단지는 올해 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며 순풍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단지 한복판에 있는 신천초등학교가 막판 복병으로 떠올랐다. 교육청이 최근 “새 학교를 짓기 전에는 신천초 부지를 용도폐지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최악의 경우 정비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판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3930가구를 최고 50층, 6815가구로 재건축하는 안이 올초 서울시 도시계획위를 통과하며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당초 서울시와 조합은 신천초를 이전하고 대신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기부채납안에 합의했다. 그런데 교육청이 지난달 대체 초등학교를 먼저 완공하기 전까지는 공사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서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신천초 부지 소유권 때문이다. 통상 학교 부지는 교육청이 소유하고 있는 데 비해 1959년 설립된 신천초 토지 소유권자는 국가(교육부)인 게 발단이 됐다.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과정에서 신천초 등 오래된 학교 중 상당수는 건물만 지방 교육청에 넘어가고 땅은 정부 소유로 남았다. 토지가 교육청 소유일 경우 대체부지 맞교환 방식이 가능하지만 국가 소유라서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시설은 국가사무가 아니라서 국유지인 기존 부지와 새 학교 부지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재건축을 하려면 조합이 국가 소유 신천초 부지(약 1만4400㎡)를 정부로부터 매입한 뒤 새 초등학교 땅과 건물은 지방 교육청에 기부하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 해석을 놓고 기재부,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며 “관계기관들이 공사 불가를 고집하면 초등학교를 존치시키는 방식으로 재건축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가 무산되면 올해 말로 예정한 사업시행인가는 물론 조합이 목표로 한 2024년 착공도 대폭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들은 난데없는 신천초 국유지 논란에 당혹해하고 있다. 신천초 부지를 먼저 구입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신천초 부지를 약 1조원에 매입한다고 하면 기존 분담금 외에 추가로 가구당 2억원 안팎을 더 내야 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자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측은 "신천초 부지를 사서 기부채납하면 임대주택를 줄일 수 있다"며 "그 물량을 일반분양하면 부담금이 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주민들은 부지 교환을 하면 학교 건물만 새로 지으면 되는데 땅값도 내고 새 학교도 지어서 내놓으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교육청의 논리대로라면 국가시설만 있어야 하는 국유지에 지자체 시설인 학교가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주면 부지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학교 땅 주인이 교육청인지 중앙정부인지는 행정적 문제에 불과한데 주민들은 부당하게 재산권에 제약을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일/이소현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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