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급랭시 후순위 부동산 PF·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24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익스포져) 규모는 약 44조7000억원이었다. 우발부채 28조4000억원, 대출채권 7조2000억원, 펀드 9조2000억원 등이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는 125%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이었다. 현대차증권(110%), 다올투자증권(100%), 하이투자증권(94%), 유진투자증권(85%) 등이 뒤를 이었다. 자기자본 규모가 큰 4대 증권사 중에는 삼성증권이 73%로 비중이 가장 컸고 한국투자증권(59%), NH투자증권(52%), 미래에셋증권(45%) 순이었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일수록 위험도가 높은 대출 비중이 높았다. 자기자본규모가 1조~3조원 사이인 중형 증권사의 경우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63%, 1조원 이하 소형 증권사들은 72%로 나타났다. 자기자본규모가 3조원 이상인 대형사들은 30% 수준에 그쳤다. 중후순위 대출은 선순위 대출에 비해 변제 순위가 낮지만, 높은 금리를 받는다.
부동산 PF 가운데서도 마중물격 자금인 브릿지론의 위험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릿지론은 본 PF 전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 대출이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지방 부동산 개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할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게 한신평의 진단이다. 중형사의 경우 브릿지론에서 지방 광역시 및 기타 지방 비중이 42%, 대형사는 30% 수준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브릿지론도 중후순위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브릿지론은 본 PF와 달리 대출 회수가 더 어려워 손실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부동산 담보가치가 10% 낮아질 경우 대형사는 1% 가량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중소형사는 6%대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담보가치가 50%까지 폭락할 경우 대형사 손실률은 6%, 중형사는 20%, 소형사는 23%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여신금융회사보다 부동산 PF 관련 자산의 건전성 분류 기준이 약한 편”이라며 “부실 위험을 조기에 알릴 수 있는 강화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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