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맥락 이해력'이 문제다…포노사피엔스 Z세대 사용법

입력 2022-08-03 17:05   수정 2022-08-04 00:13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진 세대라고 하는데 왜 막상 일을 시킬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것인가요?”

필자가 Z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수년간 강연을 다니면서 자주 받았던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의 빈도는 Z세대(1996~2010년 출생자)가 조직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약 1~2년 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역사상 가장 정보력이 뛰어나고 엄청난 스펙을 갖고 있다는 세대에 대한 업무 현장의 평가치고는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Z세대의 성장 과정부터 살펴보자.

Z세대에게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연결돼 있었다. 부모의 손에 항상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이들 세대는 자라면서 친구들과 놀 때 학교나 학원 숙제를 할 때도 언제나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스마트 디바이스, 모바일 기기는 이들에게 장난감이자 학습 도구였으며 온라인 쇼핑몰인 동시에 쇼핑 카트였고 은행이었다. Z세대에게 세상은 단 한 번도 ‘오프(off)’ 된 적이 없었다.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성장기에 인터넷에 무엇인가를 검색하기 위해서는 랜선이 연결된 PC 앞에 앉아야만 했지만, Z세대는 손에 든 휴대폰과 태블릿이 언제나 ‘온라인’ 상태였고 언제든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해 왔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검색을 위해 가장 많이 입력하는 단어나 문구 최상위권에 항상 ‘How to~’(영미권), ‘~하는 법’(한국)이 자리 잡고 있다. Z세대에게 스마트폰·모바일 디바이스는 도서관이고 사전이며 뇌의 연장이었다. 이들을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 즉 ‘포노사피엔스’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는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정보든, 어떤 지식이든 곧바로 빠르게 검색해 알아낼 수 있는 그 놀라운 능력과 그러한 능력을 형성해 준 성장 과정 및 학습 환경은 각각의 정보와 지식이 연결되는 방식, 즉 텍스트(text)와 텍스트를 연결하는 맥락(context)에 대한 이해력이 기성세대보다 약하도록 만들었다. 기성세대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으며 ‘서지 사항’을 적고 각 책의 참고문헌을 뒤져가며 자연스럽게 내가 찾는 정보와 지식이 어떤 지식의 연결망, 정보의 맥락 내에 존재하는지 자연스레 깨우칠 수 있었다. 정보와 지식의 검색이 지금처럼 용이하지 않았던 만큼 부족한 데이터를 갖고 인과관계를 고민했으며, 깊게 생각했다.

검색이 쉽지 않던 시대에는 사색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고 늘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으며, 그중에서 꽤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Z세대에게 지식과 정보의 계보를 그려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약점은 업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정 주제를 오랜 시간 분석하고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데 서투르다. 조직에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금세 보이지 않는 직무도 기피한다. 또한 주로 텍스트와 이모티콘으로 채팅을 통해 소통해 오고 음성통화, 대화, 면대면 소통에 익숙지 않다 보니 상대방의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진정 무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측면에 강점이 있을 뿐이다. 이들이 가진 놀라운 정보 검색력과 유용한 지식의 빠른 취득력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예전에는 ‘맥락상 다 이해했겠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가져올 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게 바로 모바일 네이티브, 포노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인 Z세대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이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강연 때 자주 받는다는 질문에 필자는 이런 맥락을 설명해주고 농담 반 진담 반 이렇게 답변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도 신입사원 때는 똑같지 않으셨나요?”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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