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시장을 덮친 ‘미분양 공포’가 인근 울산으로도 옮겨붙을 조짐이다. 지난 2분기 울산 아파트 초기 분양률(분양 후 3~6개월의 분양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빠르고 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울산은 향후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비교적 많아 청약 수요가 단기간에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울산 초기 분양률은 집계 대상 아파트가 없었던 작년 1분기와 올 1분기를 제외하곤 줄곧 90~100%를 유지했다. 5대 광역시 중 울산과 공급 과잉 후유증으로 미분양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18.0%)를 제외한 3개 지역(부산·광주·대전)의 2분기 초기 분양률은 아직 97~100%를 유지하고 있다.
울산의 미분양 주택도 계속 쌓이고 있다. 작년 말 397가구였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6월 627가구로 60%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외곽 지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울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6곳 중 모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3곳이 외곽인 울주군에 집중됐다. 지난달 청약을 접수한 울주군 청량읍 ‘울산덕하역 신일 해피트리 더루츠’는 659가구 모집에 79명만 신청해 평균 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울주군 상북면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는 대형 건설사(DL건설) 아파트 브랜드임에도 모든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나왔다.
작년 말 모집 공고를 낸 청량읍 ‘울산 뉴시티 에일린의 뜰 2차’는 청약 접수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자를 다 채우지 못하자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분양 물량을 없애기 위해 사실상 ‘할인 분양’에 나선 셈이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울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남구 일대 집값도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남구 신정동 ‘대공원 대명루첸’ 전용면적 83㎡는 지난달 19일 7억48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9억원, 2020년 11월) 대비 1억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같은 달 삼산동 ‘벽산 강변타운’ 전용 84㎡도 두 달 전 최고가(4억4000만원)보다 1억여원 내린 3억2500만원에 팔렸다. 이 때문에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중구와 남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2020년 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중·남구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지난달 규제 해제 지역에서 빠졌다.
전문가 사이에선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아실 집계에 따르면 울산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 1087가구에서 올해 3352가구(추정치)로 크게 늘었다. 내년에는 8786가구로 급증할 전망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울산은 무엇보다 향후 입주 물량이 많아 단기간에 거래 증가나 집값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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